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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도 잠수 적응 유전자 있다

작성자
과학영재교육원
조회
534
작성일
2018.04.27

인간에게도 잠수 적응 유전자 있다

 

동남아 ‘바다 유목민’서 확인, 제주 해녀도 그럴까?

 

인간이 유전적으로 잠수에 적응할 수 있다는 증거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인도네시아 일부 지역의 해양 거주민인 바자우(Bajau) 족은 유전적으로 큰 비장(脾臟)을 가지고 있어 바다 속 70m 깊이까지 자유롭게 잠수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예전부터 비장은 인간이 장시간 동안 자유롭게 잠수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지금까지 사람의 비장 크기와 잠수 능력과의 관계에 대해 유전자 수준에서 조사된 적은 없다.

생명과학 저널 ‘셀’(Cell) 최근호에 발표된 이번 발견은 또한 응급 의료 처치에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급성 저산소증(Acute Hypoxia)의 조건과 관련해 의학적 함의를 던져준다.

‘바다 유목민(Sea Nomads)’으로 알려진 바자우 족은 1000년 동안 주거용 배를 타고 동남아시아 바다를 누벼오며, 작살을 가지고 잠수를 해서 식량을 마련했다. 현재 인도네시아 섬 주변에 정착해 사는 이들은 물 속에서 숨을 오래 참는 놀라운 능력으로 이 지역에서 명성을 얻고 있다. 바자우 사람들은 일련의 무게 추와 함께 나무 고글을 쓰고 70m까지 잠수할 수 있다.

이들은 결코 잠수 경쟁을 벌이지 않기 때문에 정확하게 얼마나 오랫 동안 물 속에 머무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한 바자우 사람은 논문 제1저자인 멜리사 일라도(Melissa Ilardo) 연구원에게 13분 동안 잠수한 적이 있다고 알려줬다.

바자우 족 다이버가 작살을 들고 바다 속에서 물고기를 사냥하고 있다. 이들은 1000년 이상 바다에서 식량을 얻어 생활해 왔으며 70m까지 잠수가 가능하다.  CREDIT : Melissa Ilardo

바자우 족 다이버가 작살을 들고 바다 속에서 물고기를 사냥하고 있다. 이들은 1000년 이상 바다에서 식량을 얻어 생활해 왔으며 70m까지 잠수가 가능하다. CREDIT : Melissa Ilardo

사람도 해표처럼 비장 가질 있나

일라도 연구원은 다른 포유류에서 발견된 사실을 토대로 바자우 족이 해양 수렵-채집 생활을하면서 유전적으로 잠수에 적응된 비장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게 여겼다.

그는 “생리학과 유전적 측면에서 인체 비장에 대한 정보는 그리 많지 않다”며, “그러나 웨델 바다표범처럼 깊이 잠수하는 해표들은 다른 장기에 비해 불균형한 큰 비장을 가지고 있으며, 만약 자연의 선택에 따라 해표들이 큰 비장을 갖게 됐다면 인간에게도 그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장은 인체의 잠수 반응 일부를 형성하기 때문에 자유 잠수시간을 연장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잠깐 동안이라도 찬물 속에 잠수하게 되면 산소 부족 환경에서의 생존을 돕기 위해 이 반응이 촉발된다. 심장 박동은 느려지고, 혈관은 극한상황에서 오그라들지만 필수 장기에 대한 혈류는 유지되며, 비장은 수축된다.

비장 수축은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 세포를 순환시켜 산소 공급을 늘리게 된다. 이로 인해 산소가 9% 정도 더 늘어나게 되고 잠수 시간이 연장된다.

비장(지라)는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림프기관으로서 감염이나 염증에 반응해 크기가 커질 수 있다.  Credit: Wikimedia Commons

비장(지라)은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림프기관으로서 감염이나 염증에 반응해 크기가 커질 수 있다. Credit: Wikimedia Commons

해상 족과 육상 족의 비장 크기 50% 차이나

일라도 연구원은 이 연구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자야 바크티에서 여러 달을 보냈다. 이 기간 동안 바자우 족과 육상에 거주하는 이웃인 살루안(Saluan) 족으로부터 유전자 표본을 확보하고 두 부족 사람에게 비장 초음파 스캔을 실시했다.

코펜하겐 대학에서 이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바자우 족의 비장이 살루안 족에 비해 평균 50%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확대된 비장은 정기적으로 자유 잠수를 하는 바자우 족이나 잠수를 하지 않는 바자우 사람 모두에게서 똑같았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비대해진 비장이 단순히 잠수할 때 나타나는 가소적인 반응일 가능성을 배제하고 바자우 족의 유전자 데이터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바자우 족 사람들이 살루안 족은 갖고 있지 않은 PDE10A라는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PDE10A는 갑상선 호르몬 T4 수치를 조절하는 유전자로 생각되고 있다.

일라도 연구원은 “우리는 바자우 족이 갑상선 호르몬 수치를 높여 비장 크기를 확대하는데 적응했다고 믿는다”며, “쥐 실험 결과 갑상선 호르몬 수치와 비장 크기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쥐가 갑상선 호르몬 T4를 생성하지 못 하도록 유전적으로 조작하면 비장 크기가 극적으로 줄어들지만, 반대로 T4 호르몬을 주입하면 이를 되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 사바 라하드 다투에 있는 사마-바자우(Sama-Bajau) 족의 생활용 배(왼쪽). 전형적인 바자우 족의 해상 가옥(필리핀). Credit: Wikimedia Commons / Travelbusy.com / Torben Venning

말레이시아 사바 라하드 다투에 있는 사마-바자우(Sama-Bajau) 족의 생활용 배(왼쪽). 전형적인 바자우 족의 해상 가옥(필리핀). Credit: Wikimedia Commons / Travelbusy.com / Torben Venning

잠수에 대한 인간의 유전적 적응 최초 발견

잠수에 대한 유전적 적응이 사람에게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라도 연구원은 “지금까지 ‘바다 유목민’ 인구집단이 그들의 극한적인 생활방식에 유전적으로 적응했는지의 여부는 완전히 알려지지 않았었다”며, “이전에 연구됐던 유일한 특성은 타이 바다 유목민 어린이들의 뛰어난 잠수 시야였으나 이 능력은 훈련에 따른 가소적 반응으로서 유럽인 대상 연구에서 재현됐다”고 덧붙였다.

일라도 연구원이 박사 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 이 연구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 지도교수인 에스키 윌레슬루(Eske Willerslev) 코펜하겐대 및 케임브리지대 존스 컬리지 교수와, 라스무스 닐슨(Rasmus Nielsen) 코펜하겐대 및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교수는 우려를 표시했었다. 윌레슬루 교수는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 할 수 있다고 걱정했으나 결국 멜리사가 옳았고 우리의 우려는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의학 연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간의 잠수 반응은 급성 저산소증 상태를 만들 수 있는데, 이 증상이 나타나면 인체 조직은 급격한 산소 고갈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응급치료에서 합병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서 특히 고지대에 살고 있는 인구집단과 관련해 여러 유전 연구의 주제가 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바다 집시’ 혹은 ‘바다 유목민’으로 불리는 동남아시아 3개 해양 족들의 분포. 녹색은 사마-바자우(Sama-Bajau) 족, 오렌지색은 오랑 라우트(Orang Laut) 족, 청색은 모켄(Moken) 족. Credit: Wikimedia Commons / Obsidian Soul

일반적으로 ‘바다 집시’ 혹은 ‘바다 유목민’으로 불리는 동남아시아 3개 해양 족들의 분포. 녹색은 사마-바자우(Sama-Bajau) 족, 오렌지색은 오랑 라우트(Orang Laut) 족, 청색은 모켄(Moken) 족. Credit: Wikimedia Commons / Obsidian Soul

방식으로 급성 저산소증 연구 가능

바자우 족과 같은 해상 거주자들을 연구하면 새로운 방식으로 급성 저산소증을 탐구할 수 있는 큰 가능성이 있다. 라스무스 닐슨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그와 관련해 인체를 대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한 첫 사례”라며, “이를 통해 급성 저산소증에 대한 생리적 반응과 유전적인 면과의 연관성을 찾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자연이 준 저산소증 실험으로서 실험실에서는 할 수 없는 방법으로 인체 대상 연구를 시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견은 타이 모켄 족 같은 바다 유목민이나 우리나라 제주 해녀에 대해서도 더 많은 연구 가능성을 열어준다.

비슷한 인구 집단을 연구하면 극한적인 생활양식에 대한 인체 생리와 유전적 적응 사이의 연관성을 더욱 잘 파악할 수 있고, 이러한 유전적 적응이 개별적으로 발달되었는지의 여부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연구팀은 바다 유목민들의 전통적인 삶이 많은 지역사회에서 위협받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의 후속 연구들이 시급히 진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윌레슬루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극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작은 인구집단에 대해 가치 있는 연구를 수행한 좋은 사례”라며, “수많은 바다 유목민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으며, 이는 문화적, 언어적인 것뿐만 아니라 유전학과 의료 및 일반 과학적인 면에서도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바다 유목민들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수행되지 않아 수집할 수 있는 정보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기사 원문은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http://www.sciencetimes.co.kr/?p=176426&cat=36&post_type=news&paged=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