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자료실

HOME 자료실 과학자료실

과학자료실

젊은 뇌를 지닌 ‘슈퍼에이저’

작성자
김채원
조회
233
작성일
2015.02.17

“To remember is to live” 신학자인 부버가 이런 말을 했다. 기억한다는 것이 바로 산다는 것이라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기억 없이 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때문에 노인들은 자신의 모든 기억이 없어지는 치매 상태가 가장 큰 공포라고까지 이야기 한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기억이 흐려지는 것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노인은 개인 간에 차이가 있지만 젊은 세대에 비하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기능이 쇠퇴하는 시기이다. 따라서 젊은 이들에 비하면 기억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젊은 사람들의 기억력과 맞먹는 젊은 뇌를 가진 노인들이 있다. 바로 ‘슈퍼에이저’(superager)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인지신경학 알츠하이머 질환센터 연구진에 의해 만들어진 개념인데, 이들은 실제 나이는 80대지만 뇌 나이는 50~60대인 사람들이다. (관련링크)

슈퍼에이저는 실제 나이보다 훨씬 더 젊은 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뜻한다. 이들은 특정 신경세포가 발달하거나, 뇌의 피질 부위가 일반인보다 두꺼운 특징을 갖고 있다. ⓒ ScienceTimes

슈퍼에이저는 실제 나이보다 훨씬 더 젊은 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뜻한다. 이들은 특정 신경세포가 발달하거나, 뇌의 피질 부위가 일반인보다 두꺼운 특징을 갖고 있다. ⓒ ScienceTimes

최근 학술지 ‘신경과학회지’(The journal of Neuroscience)를 통해 연구팀은 슈퍼에이저 뇌의 특징과 생활습관 등을 분석하여 관련 연구를 발표하였다. 이들은 현재 슈퍼에이저의 특징을 연구하여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원문링크)

연구팀에 따르면 슈퍼에이저의 뇌는 일반 노인의 뇌보다 피질 부위가 더 두껍다. 알츠하이머의 초기 증상과 연관이 있는 신경 섬유의 개수 역시 슈퍼에이저들은 일반 노인보다 90퍼센트(%)가량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억력이 더 좋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불어 슈퍼에이저들은 신경세포인 ‘본 에코노모 뉴런’(von economo neuron)이 더 발달한 모습을 보였다. 이 신경세포는 직관적인 판단 및 고도의 사회적 지능과 연관이 있다. 더불어 다른 어떤 종에서도 발견되지 않는 인간 고유의 세포이다. (관련링크)

슈퍼에이저에게서 이 세포가 다수 발견되었다는 것은 뛰어난 기억력의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이 세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직관적인 판단을 보다 효율적으로 내릴 수 있으며, 사회적 지능 역시 상당히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슈퍼에이저는 특별한 유전자나 뇌를 보호할 수 있는 복합적인 요소의 영향을 받아 나타나는 것으로 현재까지는 추정하고 있다. 이들의 뇌가 어떠한 특징을 갖고 있느냐에 대해 연구한다면, 노인들이 자신의 인지능력을 평범한 상태로 유지시키고 알츠하이머를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늙었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뇌도 늙어

흥미로운 것은 뇌의 능력이 사람의 감정과도 좌지우지 된다는 것이다. 즉, ‘나도 늙었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뇌의 능력도 함께 떨어지는 것이다.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어 슈퍼에이저가 될 수도 있겠지만,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 역시 슈퍼에이저가 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임을 알 수 있다.

톰 헤스(Hess TM) 노스 캐롤라이나 주립대학(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 USA) 박사팀은 60세~82세 노인들을 대상으로 기억력 시험을 보게 하였다. 그 뒤, 자신의 나이와 기억력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노인들과 그렇지 않은 노인들의 점수를 비교하였다. (원문링크)

예를 들어, 자신의 나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노인들에게는 ‘나이가 많으면 기억력 시험 점수가 낮다’와 같은 이야기를 미리 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시험을 잘 못 볼 것이다’ 내지는 ‘무시당했다’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시험을 치르게 했다.

그 결과, 자신의 나이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가진 노인들의 시험 점수는 낮게 나왔다. 즉, ‘나는 나이가 들어서 기억력이 좋지 않다’ 혹은 ‘내가 노인이기 때문에 기억력이 나쁠 것이고, 이 때문에 사람들이 무시한다’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실제로 기억력을 나쁘게 만든 것이다.

특히나 이러한 경향은 학력이 높은 사람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자신의 능력을 높에 평가할 수록 나이에 따른 기억력 감퇴에 대해 예민해지기 때문이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걱정하는 것은 실제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임을 통해 젊은 사람 수준으로 인지 능력 높아져

이번 연구를 통해 자신의 나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노인들의 기억력이 좋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또 어떠한 방법으로 젊은 사람 수준으로 뇌 능력이 좋아지게 될까. 특정 게임을 통해 두뇌를 젊게 만들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J. A. 앙구에라(J. A. Anguera) 캘리포니아 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USA)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은 ‘뉴로레이서’(neuro racer)라는 이름의 자동차 경주 게임을 통해 나이든 사람의 인지 기능과 다중작업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원문링크)

이 자동차 게임은 단순작업과 다중작업으로 나뉘는데, 단순작업의 경우 도로를 벗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운전을 하는 것이다. 다중작업은 운전을 하면서 파란 신호등이 켜질 때 오른손으로 버튼을 누르는 작업을 동시에 한다. (관련링크)

연구팀은 20~79세 사이 성인 174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였다. 참가자에게 이 게임을 하루에 1시간씩 매주 3번 한 달 동안 하게 했다. 그 결과, 60대 참가자의 인지 기능은 20대와 비슷할 정도로 향상되었으며, 그 효과는 게임을 중단한 이후 6개월까지 지속되었다.

게임을 통해 다른 기능도 함께 향상되었다. 집중력 지속 기능과 원하는 기억을 끄집어내 활용하는 작업 기억 기능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노인들을 대상으로 비디오 게임을 통한 인지 기능 향상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어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효과가 게임 자체에 익숙해진 데 따른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인지 기능이 향상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실제로 인지 기능이 향상되었음이 증명된 셈이다. 기존연구와는 다르게 게임의 난이도를 개개인에 맞춰 방법론적으로 새로운 접근을 통해 밝혀낸 결과이기 때문에 유의미한 연구이다.

 

 

기사 원문은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http://www.sciencetimes.co.kr/?news=%EC%A0%8A%EC%9D%80-%EB%87%8C%EB%A5%BC-%EC%A7%80%EB%8B%8C-%EC%8A%88%ED%8D%BC%EC%97%90%EC%9D%B4%EC%A0%80&s=%EC%A0%8A%EC%9D%80%20%EB%87%8C%EB%A5%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