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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서 찾은 ‘과학?예술의 향연’

작성자
과학영재교육원
조회
271
작성일
2015.04.20

스페인은 15세기부터 16세기에 이르는 대항해시대에 최고의 부와 권력을 누리며 신세계의 문을 연 나라다. 또한 황금세기라 일컬어지는 16세기와 17세기에는 경제적인 풍요와 함께 스페인의 문학과 예술이 크게 발달했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에게 친숙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도 이 시대의 산물이다.

이뿐인가. 전쟁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의 공존은, 스페인에 존재하는 많은 건축물들의 내?외부에 독특하고 진기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스페인이 지리적으로 이슬람 국가와 근접하기 때문에 발생한 득과 실일 것이다. 어쩌면 이 덕분에 스페인은 유럽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지중해의 대표적인 관광대국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스페인에 있는 과학관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신비로운 건축물들의 향연

펠리페과학관(Principe Felipe Science Museum)은 스페인 제3의 도시인 발렌시아에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남쪽으로 약 350Km 떨어진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발렌시아는 마치 과거와 미래가 함께 하는 것 같은,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2000년 역사가 숨 쉬는 도시답게 각종 문화유산의 고풍을 그대로 간직한 구시가지가 있고, 첨단과학과 예술로 단장한, 전혀 다른 느낌의 신시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적인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설계한 신시가지의 복합문화공간, ‘예술과 과학의 도시(CAC, Ciudad de las artes y las ciencias)’는 발렌시아의 랜드마크이자 상징이 되었다. 예술과 과학의 도시는 대략 1.8km, 40만km2 정도의 대규모 공간에 조성되어 있는데, 과학관을 비롯해 아이맥스관, 아쿠아리움, 오페라하우스, 야외정원 등이 있다. 특히 이곳은 독특한 디자인 덕분에 지역의 건축물이 도시 전체의 이미지를 한결 아름답고 세련되게 변화시킨 사례로 언급되기도 한다.

‘예술과 과학의 도시’ 지구로 들어가 보자. 옥빛으로 반짝이는 거대한 인공연못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맑은 물과 찬란하게 푸르른 하늘, 이와 함께 고래의 뼈를 모티브로 삼은 과학관의 외관이 어우러져 마치 꿈을 꾸는 듯하다. 눈과 마음이 정화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 뒤로 SF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거인의 눈 모양을 한 건물도 보인다. 아름다운 인공연못 덕분에 모든 건물들이 마치 물 위에 떠있는 듯 신비롭다.

고래의 뼈를 모티브로 삼은 펠리페과학관의 외관. 옥빛으로 반짝이는 인공연못, 푸르른 하늘, 이색 디자인의 건물이 신비로운 조화를 이룬다.  ⓒ 장미경

고래의 뼈를 모티브로 삼은 펠리페과학관의 외관. 옥빛으로 반짝이는 인공연못, 푸르른 하늘, 이색 디자인의 건물이 신비로운 조화를 이룬다. ⓒ 장미경

‘과학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명제가 무척 잘 어울리는 곳인 것 같다. 특히 미래 도시의 모습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려는 노력, 창의와 융합을 강조하는 미래 트렌드에 제대로 부합하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내부 콘텐츠와 더불어 외부 디자인이 관람객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새삼 실감하면서 과학관 내부로 발을 내딛었다.

드높은 천장과 넓은 전시 공간

발렌시아 펠리페과학관은 0층부터 3층까지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과학관 내부로 들어섰을 때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시각적인 개방감이다. 특히 드높은 천장과 넓은 전시 공간은, 관람객들이 과학에 대한 부담을 덜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여유로움을 주는 듯했다. 또한 고래의 갈비뼈처럼 생긴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천연 조명의 역할까지 하면서 실내를 더욱 환하게 밝혀준다. 마치 바로 이곳이 태양의 나라, 스페인임을 자랑하려는 듯 말이다.

이제 매표소가 자리하고 있는 0층에서 입장티켓을 구매한 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에 올라가보자. 달걀에서 병아리가 깨어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달걀부화기가 눈에 띈다. 갓 껍질을 벗은 병아리가 달걀껍질 옆으로 걸어 다니는 모습은 호기심 어린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하기 충분하다.

달걀에서 병아리가 깨어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달걀 부화기 전시물이 많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 장미경

달걀에서 병아리가 깨어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달걀 부화기 전시물이 많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 장미경

그 옆으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들로 채워진 어린이 과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6세부터 9세까지를 대상으로 한 이 체험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보호자 한명이 동반되어야 하는데, 물을 이용한 놀이시설과 벽돌을 운반하고 쌓아서 집을 만드는 체험 등이 인기를 끌고 있었다.

1층에 자리한 어린이 과학관에서는 벽돌을 운반하고 쌓아서 집을 만드는 체험물이 인기리에 운영되고 있다. ⓒ 장미경

1층에 자리한 어린이 과학관에서는 벽돌을 운반하고 쌓아서 집을 만드는 체험물이 인기리에 운영되고 있다. ⓒ 장미경

모든 것을 만지고 느껴라

1층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공간은 100% 체험형 전시물로만 구성되어 있는 체험관이다. 이곳에는 전자기, 건축, 토목, 광학, 신기술 등 각종 체험전시물이 다양하게 배치되어 있는데, 모든 전시물들이 만지며 이해하는 형태로 꾸며져 있다. 다리의 건축기술을 이해하는 체험 전시물 앞에서 온가족이 모여 아치를 만들며 즐거워하는 모습, 소리분석기를 앞에 두고 헤드폰을 끼고 마주앉아 있는 커플의 진지한 모습 등이 인상적이다. 여러 가지 자연현상을 경험하고 원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과학 속으로 빠져드는 듯하다.

1층 한편의 또 다른 체험관에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사이언스 쇼 형태로 진행되는 ‘전기체험극장’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사전 접수 후 해당 시간에 입장하면 되는데, 유사한 형태로 진행되는 ‘우주학교’와 함께 많은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스페인어로만 서비스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참여해보고 싶어 관계자에게 문의를 했더니, 과학 원리에 대한 설명이 제법 많이 곁들여진 쇼이기 때문에 스페인어를 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을 거라고 미안해한다. 영어 안내용 오디오 헤드폰 서비스가 여러 과학관에서 확대되는 추세이므로, 조만간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1층과 연장된 동선 한편에는 지구의 자전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인 진자가 거대한 형태로 전시되어 있다.  ⓒ 장미경

1층과 연장된 동선 한편에는 지구의 자전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인 진자가 거대한 형태로 전시되어 있다. ⓒ 장미경

한편 2층에는 스페인 출신이거나 스페인과 관련된 노벨상 수상자들의 연구와 업적을 설명하는 전시관이 꽤 비중 있게 자리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스페인은 해외 개척과 함께 전염병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이 때문에 다른 분야보다 자연과학 및 의학 분야에 꾸준한 발전이 있었다. 이러한 점은 스페인의 노벨상 배출 분야에도 반영되어 있는 듯하다. 스페인은 과학 분야에서 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과 ‘세베로 오초아’다. 과학관을 찾는 자국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자긍심을 나타내려는 듯, 넓은 자리에 각종 연구 자료를 채워놓은 이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부러움이 느껴졌다.

과학관 2층에는 스페인 출신 노벨상 수상자들의 연구와 업적을 설명하는 전시관이 꽤 비중 있게 자리하고 있다.  ⓒ 장미경

과학관 2층에는 스페인 출신 노벨상 수상자들의 연구와 업적을 설명하는 전시관이 꽤 비중 있게 자리하고 있다. ⓒ 장미경

축구 클럽과 연계한 스포츠과학

이번에는 3층으로 올라가보자. 이곳에서 눈에 띄는 전시는 단연 스포츠 과학 분야다. 국민적 인기를 끄는 축구의 나라 스페인답게 이 전시관은 발렌시아의 축구 클럽인 발렌시아 CF 중심으로 꾸며져 있다. 지역 클럽과 연계한 전시가 관람객들의 흥미를 배가시키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축구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과거 자료부터 축구공, 축구복, 축구게임까지 수많은 전시물들이 많은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여기에 축구공 차기, 점프 측정하기 등 축구 관련 체험 프로그램들도 다양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전시관이기도 했다.

지역 축구클럽과 연계한 스포츠과학 전시물이 많은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 장미경

지역 축구클럽과 연계한 스포츠과학 전시물이 많은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 장미경

이밖에 3층에는 물리학, 항공우주와 연계된 각종 전시물 및 체험물들이 있으며, 우주아카데미와 무중력 체험시설도 만날 수 있다. 유료로 참여할 수 있는 우주아카데미의 우주왕복선 시뮬레이터는 우주정거장에 도착할 때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으며, 우주와 관련된 다양한 과학 원리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꾸며졌다.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과학관

발렌시아 펠리페과학관이 갖는 또 하나의 특징은 성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이는 ‘예술과 과학의 도시’라는 복합문화공간을 설계할 당시의 지향점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과학기술을 비롯해, 교육, 예술, 문화까지 아우르는 공간을 창조하겠다는 목표 하에 많은 관람객을 유치함으로써, 과학을 대중화하고 지역 산업의 발전을 꾀하려는 것이다.

발렌시아 펠리페과학관이 갖는 또 하나의 특징은 성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 장미경

발렌시아 펠리페과학관이 갖는 또 하나의 특징은 성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 장미경

사실 과학관이라고 하면 다른 관광지에 비해 어렵거나 지루하게 생각하기 쉬운데, 이색적인 디자인과 함께 흥미로운 체험형 전시물들을 내세움으로써 과학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일반 관람객들에게도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루트를 제공하는 셈이다.

과학관을 나오면, 인공연못에 띄워진 큰 공 내부로 들어가 물놀이를 즐기거나 카누를 타며 행복해하는 아이들이 여럿 보인다. 전체적으로 따사롭고 넓은 공간에서 ‘산책을 하듯이 여유롭게 과학을 즐긴다’는 느낌을 주는 과학관이지만, 한편으로는 대규모 시설에 비해 전시물이나 볼거리가 조금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생겨난다. 하지만 이 점은 남쪽 유럽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긍정적 분위기로 승화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과학관 바깥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모습. 펠리페과학관은 전체적으로 따사롭고 넓은 공간에서 여유롭게 과학을 즐긴다는 느낌을 준다. ⓒ 장미경

과학관 바깥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모습. 펠리페과학관은 전체적으로 따사롭고 넓은 공간에서 여유롭게 과학을 즐긴다는 느낌을 준다. ⓒ 장미경

대항해시대를 주름잡았던 스페인은 당시 최고의 과학기술인 항해술을 통해 엄청난 부를 일구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원한 부와 영원한 일등은 없다는 진리를 알려주고 싶었던 것일까. 17세기 이후 스페인의 쇠퇴에는 전쟁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왕실과 귀족의 자본 독점, 과학기술을 중시하지 않은 사회 풍조, 그리고 이에 따른 산업경쟁력 미비가 근본 원인 중 일부였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그들이 지녔던 강력한 부와 권력이 과학기술의 발전과 번영에 집중되었더라면, 스페인의 위상은 사뭇 달라지지 않았을까. 수백년이 흐른 현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래서일까. 펠리페과학관을 통해 과학을 문화로, 문화가 다시 과학의 발전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길 바라는 스페인의 노력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기사 원문은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www.sciencetimes.co.kr/?news=%EC%8A%A4%ED%8E%98%EC%9D%B8%EC%97%90%EC%84%9C-%EC%B0%BE%EC%9D%80-%EA%B3%BC%ED%95%99%EA%B3%BC-%EC%98%88%EC%88%A0%EC%9D%98-%ED%96%A5%EC%97%B0&s=%EC%8A%A4%ED%8E%98%EC%9D%B8%EC%84%9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