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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이 깃털을 발달시킨 까닭

작성자
김채원
조회
173
작성일
2014.12.22

조류와 공룡이 서로 가까운 친족 관계라는 주장은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861년 독일 바이에른 지방의 쥐라기 후기 지층에서 시조새의 화석이 발견되자 영국의 리처드 오언은 그것이 조류와 공룡 사이를 이어주는 ‘잃어버린 고리’가 아니라 그냥 최초의 새일 뿐이라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그 후 토마스 헉슬리는 같은 지층에서 발견된 콤프소그나투스라는 조그만 공룡과 골격이 매우 닮았다는 점에서 시조새가 공룡과 친족 관계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 같은 주장은 1996년 중국 랴오닝성에서 새와 공룡의 중간 단계인 깃털 달린 공룡 ‘중화용조(시노사우롭테릭스)’가 발견되면서 사실임이 증명됐다.

이후 깃털 달린 공룡의 화석이 다수 발견되면서 새는 두 발로 걷는 공룡인 육식 수각류 공룡에서 진화했다는 설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화석으로 발견된 깃털 달린 공룡은 1억 2000만 년 전(백악기 초기)에 살았던 수각류인 데 비해, 시조새는 1억 4500만 년 전인 쥐라기 말기에 이미 하늘을 날아다녔다. 손자가 할아버지보다 먼저 태어난 게 되는 셈이다.

공룡이 깃털을 발달시킨 것은 날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과 생식을 위해서라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됐다. 사진은 시조새의 화석. ⓒ 위키미디어 : Photograph: Luidger (2. Oktober 2005)

공룡이 깃털을 발달시킨 것은 날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과 생식을 위해서라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됐다. 사진은 시조새의 화석. ⓒ 위키미디어 : Photograph: Luidger (2. Oktober 2005)

하지만 최근 이 같은 논쟁의 불씨를 해결해주는 연구결과들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과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제 새가 공룡의 후예라는 사실에 대해 이견을 제기할 여지가 거의 없어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러시아의 고생물학자 소피아 시니스타 박사팀은 시베리아 동쪽의 쿨린다 계곡 인근에서 초식공룡의 화석을 발견했다. ‘쿨린다드로메우스 자바이칼리쿠스’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공룡은 1억 7500만 년 전에 살았던 공룡으로서, 몸통과 머리, 가슴에 섬유 모양의 구조체를 갖고 있었다. 또한 팔과 다리에는 더욱 복잡한 깃털 모양의 구조체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깃털의 가장 훌륭한 증거는 육식공룡에게서만 발견됐다. 2009년 중국에서 발견된 1억 6000만 년 전의 티안유롱을 비롯해 1억 2000만 년 전의 프시타코사우루스 등의 초식공룡들에게서도 깃털이 발견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공룡들에게서 발견된 섬유 모양의 구조체는 너무나 초라해 깃털이라고 부르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초식공룡에서도 복잡한 깃털 발견돼

그런데 쿨린다에서 발견된 초식공룡의 경우엔 달랐다. 거기에서는 원시깃털의 전형적 특징인 복잡한 다섬유성 구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육식공룡들에게서 나타나는 깃털의 배열과 유사했다. 즉, 세계 최초로 간단한 깃털모양과 복잡한 깃털모양을 동시에 갖고 있는 초식공룡이 발견된 것이다.

시니스타 박사는 벨기에 왕립자연과학연구소의 파스칼 고데프로이트 박사와 함께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를 지난 7월 사이언스 지에 게재했다. 그들은 그 논문에서 공룡은 탄생했던 무렵부터 이미 깃털을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즉, 공룡은 약 2억 4000만 년 지구상에 처음 등장할 때부터 깃털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당시 공룡들은 하늘을 날지 못했다. 꽤 복잡한 깃털 모양의 구조체를 보유하고 있었던 ‘쿨린다드로메우스 자바이칼리쿠스’에 대해서도 연구진은 하늘을 날았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그럼 왜 공룡은 시조새가 처음 하늘을 날기 훨씬 전부터 깃털을 갖게 되었을까?

최근 독일의 과학자들은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공룡은 짝짓기를 위한 멋내기용과 체온의 효과적인 보존을 위해 깃털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연구를 주도한 본 대학과 괴팅겐 대학의 공동 연구진은 먼저 공룡의 색깔 인식 능력에 대해 주목했다. 포유류의 경우 진화과정의 초기 단계에서 대부분 야행성이었으므로 색상을 구분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반면에 파충류와 조류는 낮 시간에 주로 활동하므로 소통 및 생식을 하기 위해서 색깔을 구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파충류 및 조류와 공룡의 유전적 관계를 분석한 연구진은 공룡도 붉은색과 녹색, 청색의 색상 수용체를 갖고 있으며 가장 가까운 친척인 악어나 새처럼 초단파와 자외선을 부가적인 수용체를 통해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색깔을 인식할 수 있도록 발달한 고도의 능력이 공룡들로 하여금 포유류의 털보다 훨씬 많은 색깔을 드러낼 뿐더러 동시에 방수 및 보온 효과를 지니는 깃털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깃털은 공룡들 간의 짝짓기와 경고 신호, 그리고 위장용으로 사용되는 등 생존과 생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었다는 것이 연구진의 주장이다.

시조새의 뒷다리에서 발견된 칼깃형 깃털

다시 말하자면 공룡은 날기 위해 깃털을 발달시킨 것이 아니라 생존과 생식을 위해 깃털을 만든 셈이다. 이러한 증거는 지난 2011년 독일 바이에른 주에서 이례적으로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채로 발견된 시조새의 화석에서도 드러났다.

약 1억 5000만 년 전 쥐라기에 살았던 까마귀만 한 그 시조새의 날개에는 칼깃형 깃털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솜깃털은 새의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주는 역할을 하는 반면, 비대칭형의 칼깃형 깃털은 오직 날기 위한 목적 하나만을 위해 진화해 왔을 것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견해였다.

그런데 문제는 칼깃형 깃털이 날개는 물론 시조새의 뒷다리에도 나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의문을 품은 독일 루드비히 막시밀리안 대학의 크리스티안 포스와 올리버 라우후트 박사는 최근 발견된 원시조류 중 깃털의 세세한 부분이 잘 보존된 화석들을 모두 조사해 분석했다.

그 결과 칼깃형 깃털을 보유한 원시조류 중 상당수가 비행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유는 생물의 종류에 따라 깃털이 있는 곳이 달랐으며, 어떤 개체는 날개 길이가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비행체 설계에 한 치의 오차라도 있다면 그건 곧 죽음을 의미하므로 정녕 날기 위해 진화한 것이라면 그처럼 광범위한 변동성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새들은 날기 위해서가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절연이나 맞선을 위한 멋내기용 등의 다른 목적을 위해 깃털을 진화시켰다”는 요지의 논문을 네이처 지에 기고했다.

물론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최근의 연구결과대로라면 새가 공룡으로부터 진화했다는 주장은 더욱 명백해진다. 한편,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공룡 426종의 진화 과정을 조사한 결과 공룡이 점차 몸집을 줄여 조류로 진화한 것이 확실하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지난 5월에 발표하기도 했다.

 

 

기사 원문은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http://www.sciencetimes.co.kr/?news=%EA%B3%B5%EB%A3%A1%EC%9D%B4-%EA%B9%83%ED%84%B8%EC%9D%84-%EB%B0%9C%EB%8B%AC%EC%8B%9C%ED%82%A8-%EA%B9%8C%EB%8B%AD&s=%EA%B9%83%ED%84%B8%EC%9D%8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