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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척추 등 미세수술…로봇이 ‘척척’

작성자
김채원
조회
155
작성일
2014.12.22

미세한 수술 영역을 로봇으로 진행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우섭 KIST 바이오닉스연구단 선인연구원팀이 뇌와 척추 등의 미세하고 정밀한 수술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한 것이다.

능동 캐뉼라 로봇, 기존 대형수술로봇 한계 극복

이우섭 KIST 바이오닉스연구단 선임연구원 ⓒ 이우섭

이우섭 KIST 바이오닉스연구단 선임연구원 ⓒ 이우섭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하 KIST) 바이오닉스 연구단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이 기존의 대형수술로봇의 한계로 지적된 미세한 수술영역에 적용이 가능한 차세대 미세수술용 능동 캐뉼라(active cannula) 로봇을 개발했다. ‘캐뉼라’란 의료용으로 사용 되는 금속으로 된 직선형 관으로 능동 캐뉼라는 이 관이 모터로 구동이 되기 때문에 자유롭게 방향 조정이 가능하다.

“개발한 연구결과는 뇌 기저부 혹은 뇌 하수체에 발생하는 종양을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개발된 미세 수술 로봇입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종양제거 수술은 콧구멍으로 두개골 바닥까지 접근해 종양 밑 부분의 뼈를 제거하고 젓가락 같은 긴 직성 도구를 넣어서 종양을 제거 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수술의 경우 매우 좁은 공간으로 도구를 넣어야 하고 종양을 볼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난도(難度)가 매우 높은 수술이었습니다.”

사실 국내에서 수술을 진행할 때 로봇을 사용하는 분야는 꽤 많아졌다. 하지만 사람의 손  만큼, 혹은 그보다 더 정밀한 수술을 과연 가능케 해주는지가 중요한데 기존 로봇들은 정밀한 수술의 가능여부에 있어 여러 가지 이견이 제기되곤 했다.

“기능적인 부분과 운용적인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어요. 기능적인 부분을 이야기 하자면, 현재 임상에서 사용되는 수술의 로봇은 지름 8mm 정도의 수술 도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수술 도구가 접근 가능한 부분에 대한 수술만 진행이 가능합니다. 즉, 뇌 또는 신경계와 같은 좁은 공간에서 수행해야 하는 수술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죠. 운용적인 측면에서는 로봇 시스템의 구성이 대형이기 때문에 초기 도입 가격이 매우 높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어쩔 수없이 수술비도 높게 책정 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수술 로봇의 대중화에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우섭 박사팀은 기존 수술로봇보다 정교함을 갖춘 로봇을 개발했다. ‘슬림화, 고강성(high stiffness) 화, 조향성(steering) 강화 및 소형화’를 목표로 세웠다. 인체 내 삽입되는 부분의 외경은 4mm 급으로 매우 가늘게 제작했고, 상하좌우로 90도 구부러짐이 가능한 동작 범위를 가져 기존의 직선형 수술도구로는 접근이 불가능한 뇌의 깊숙한 영역까지 접근이 가능하도록 했다.

“저희 연구팀이 개발한 로봇의 활용방법은 기존과 비슷합니다. 지름은 4mm 로봇팔 두 개와 한 개의 내시경을 함께 환부에 넣어 줍니다. 이를 통해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의사는 선명한 내시경 화면을 보면서 자신의 손이 환부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작업을 할 수 있어요.”

또한 이우섭 박사팀은 500g의 무게를 안정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견고한 고강성 조향 기구부를 개발했다. 이러한 동작 성능은 기존 수술 미세 로봇에서는 구현하기 힘들었던 기술이다. 연구팀은 로봇의 끝단에 종양조직을 적출할 수 있는 겸자를 장착해 수술 집도의의 양팔과 손목, 손가락의 모션을 모방한 조종 장치를 통해 로봇과 겸자를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즉 수술 도구의 방향 전환 성능 강화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수술 집도의와 보조의 간의 협업이 용이하도록 로봇 몸체를 소형화해 비좁은 수술환경에서 쉽게 이동과 설치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의료진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고 수술을 보조하도록 설계한 거죠.”

중소병원에서도 수술로봇 사용 可

이우섭 KIST 박사팀은 미세수술이 가능한 수술로봇을 개발했다. ⓒ 이우섭

이우섭 KIST 박사팀은 미세수술이 가능한 수술로봇을 개발했다. ⓒ 이우섭

인체 내 미세한 수술을 집도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 수술을 가능케 하는 로봇을 개발하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연구 과정 가운데에는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좁은 공간에서 상하 좌우로 굴곡이 가능한 기구부를 개발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이우섭 박사는 이야기 했다.

“개발된 로봇은 미세 수술을 목적으로 하는 로봇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인체에 투입되는 기구부의 지름을 최소화 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저희 KIST는 카이스트 권동수 교수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지름 4mm의 기구부를 개발했어요. 매우 좁은 공간에서 90도 이상의 상하 좌우 굴곡이 가능한 기구부였죠. 그것을 개발한 수술로봇 도구 끝 부분에 장착했습니다. 또한 수술 동작을 구현시켜 주는 모터 기구부의 크기를 소형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A4 용지 크기의 단면적에 두 손의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도록 기구부를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개발된 미세 수술 로봇은 뇌종양 수술 뿐 아니라 허리 디스크 제거 수술 또는 오십견 치료를 위한 어깨 관절 치료술에 사용 할 수 있습니다. 즉, 미세 수술을 위한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인만큼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이우섭 박사는 “현재는 미세 수술 로봇을 위한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그 원천 기술의 유용성을 확인하기 위해 시체 실험을 적용한 단계일 뿐”이라며 “이렇게 검증된 원천 기술을 임상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상품화를 위해 로봇의 전체 시스템을 안정화 시키는 추가 개발과 동물 실험을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물 실험이 완료 되면 식품의약품안전처(KFDA)의 허가를 받아 임상 실험을 시작 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시점부터 단계적으로 실제 환자분들에게 적용이 가능해집니다. 최종적으로 모든 병원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임상 시험을 수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KFDA)의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이우섭 박사팀이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은 미래 국가 경쟁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더욱 증진시키기 위해서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미래에 유망한 핵심 산업의 원천 기술을 개발해 과학 기술의 발전을 선도하고 이를 통해 신산업을 창출함으로서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라며 “특히 국민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국민적인 기대치가 높아진 현 시점에 의료 서비스의 수준도 함께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미션이라고 생각한다”며 연구를 진행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저희 연구팀은 기존에 성숙된 로봇 기술을 의료 서비스에 적용시킴으로써 국민 편의를 증진시키고 새로운 신산업 도출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해 수술 로봇뿐 아니라 의료 정보 처리 기술, 진단 기술 등의 발전에 IT기술을 접목시키는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우섭 박사는 쉽지 않은 연구였지만 개발 과정에서 다른 연구자들과 호흡이 매우 잘 맞았다고 귀띔해주기도 했다. 그는 “특히 의학적으로 필요한 기능을 제시해 주기 위해 참여한 세브란스병원의 김선호 교수께서 일반적인 공학 연구자 보다 더욱 뛰어한 엔지니어링 감각과 경험을 갖고 계셨다”며 “덕분에 연구를 수행하는 데 있어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효율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던 점이 매우 인상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이우섭 박사팀을 통해 개발된 미세 수술 로봇은 기존에 상용화된 수술 로봇이 대형 병원에서만 운용이 가능하다는 문제점을 해결, 중소 병원에서도 도입이 가능한 소형 수술 로봇의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즉 수술로봇은 대형수술만 가능했지만 소형수술도 가능케 한 것이다.

이우섭 박사는 “이러한 소형 수술 로봇은 말씀드린 것처럼 다양한 중소 병원에서도 사용 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쉽게 수술 로봇의 시술의 받을 수 있게 된다”며 “결과적으로는 전반적인 의료 서비스의 수준을 높이는 것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수술 로봇을 포함한 의료 기기 분야는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 High Return) 시장입니다. 즉 낙관적인 전망이 있지만 개발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업에서 쉽게 참여하기 어려워요. 특히 수술 로봇의 경우 여러 분야가 융합된 로봇을 개발해야 하고 동시에 소중한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더욱 더 개발의 어려움은 높아집니다. 개발된 미세 수술 로봇도 원천 기술 확보와 같은 의미 있는 성과가 있지만 앞으로 수행해야할 연구가 더 많이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성과 위주가 아닌 전임상과 임상시험과 같이 의료 기기 개발을 위해 제도적으로 정해져 있는 기간 동안 연구를 수행 할 수 있는 과학 기술, 산업 기술, 의료 기술이 융합된 장기 비전을 가진 국가의 연구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또한 수술 로봇의 임상 인증을 위해 필요한 정확한 제도적 기준과 절차가 정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현재 수술 로봇 연구를 수행 하는 사람들이 노력해 수술 로봇 개발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만들고 앞서 이야기 한 투자 및 제도적인 해결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기사 원문은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http://www.sciencetimes.co.kr/?news=%EB%87%8C%EC%99%80-%EC%B2%99%EC%B6%94-%EB%93%B1-%EB%AF%B8%EC%84%B8%EC%88%98%EC%88%A0%EB%A1%9C%EB%B4%87%EC%9D%B4-%EC%B2%99%EC%B2%99&s=%EB%AF%B8%EC%84%B8%EC%88%98%EC%88%A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