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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생명을 지키는 ‘투명 보호막’

작성자
김채원
조회
189
작성일
2014.12.22

최고의 공상과학 영화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스타트렉(Star Trek)’에는 흥미로운 소재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순간이동 장치부터 시작해서, 만병통치 의료기나 충격 조절 레이저 건 등, 과학기술이라는 기초위에 창의력이 버무려진 미래의 발명품들을 보며 관객들은 감탄을 금치 못한다.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가 가진 방어 무기인 보호막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가 가진 방어 무기인 보호막 ⓒ 스타트렉 공식홈페이지

그 중에서도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가 가진 방어 무기는 단연 압권이다. 적의 공격에 속수무책일 때마다 선장은 ‘쉴드(Shield)’를 작동시킬 것을 명령하는데, 그때마다 엔터프라이즈호는 일종의 보호막으로 둘러싸이게 된다. 가끔씩은 뚫릴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적들은 보호막을 뚫지 못한 채 패배하고 만다.

물론 이런 보호막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 산물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와 유사한 개념의 보호막이 지구 상공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최근 미국의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유해한 전자들을 막아주는 투명한 보호막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는 미 콜로라도대의 과학자들이 지구 표면으로부터 약 1만 1600킬로미터(km)  상공에 보이지 않는 보호막이 존재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보도하면서, 이 보호막이 태양과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유해한 전자들을 대기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콜로라도대 대기물리학과의 다니엘 베이커(Daniel Baker)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지난 2012년 발사된 나사(NASA)의 관측위성이 보내온 데이터를 통해, 밴앨런대(Van Allen radiation belts) 내부에 어떠한 유해 전자도 뚫기 힘든 매우 강력한 보호막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밴앨런대란 지구 대기권 밖에서 지구의 자기장에 붙잡힌 입자들이 자력선을 따라 벨트처럼 휘어진 모양으로 지구를 감싸고 있는 방사능대를 말한다. 태양에서 오는 에너지와의 반응에 따라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는 특성을 보인다.

보호막이 우주와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유해 전자들을 막아준다 ⓒ NASA

보호막이 우주와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유해 전자들을 막아준다 ⓒ NASA

보호막의 존재와 관련하여 지금까지는 우주로부터 빠르게 날아오는 유해 전자들 대부분이 지구 대기에 들어올 때, 대기 입자와 충돌해서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연구진은 대기권에 도달하기도 전인 일정한 높이의 상공에서 사라지는 것을 발견한 뒤, 이에 대한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연구진의 관계자는 이 보호막을 ‘밴앨런대의 제3 고리’라고 부르면서 “지구 주변에는 인공위성이나 우주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유해한 전자들이 떠 있는데,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만 1600킬로미터 상공에서 이 전자들이 갑자기 이동을 멈추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베이커 교수도 “우주공간에 무슨 유리벽이라도 있는 듯, 그 위치에만 올라가면 전자들이 동작을 멈췄다”라고 관측 결과를 설명하며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지만, 마치 영화 스타트렉에서 나오는 우주선이 외계인의 공격을 막는 보호막처럼, 이 투명한 보호막이 유해 전자들의 침입을 막아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두 가지 가설로는 보호막을 설명하기 어려워

밴앨런대가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 1958년이다. 당시 미 아이오와대의 교수로 재직 중이던 제임스 밴앨런(James Van Allen) 교수는 지표면으로부터 4만 킬로미터에 이르는 상공이 안쪽과 바깥쪽의 두 벨트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수십 년 후 밴 앨런 교수의 제자인 베이커 교수와 연구진은 밴앨런대를 구성하는 두 벨트의 크기가 변하면서 하나로 합쳐지기도 하고, 세 개로 나눠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되었다.

연구진이 밴앨런대 관측위성의 자료를 바탕으로 발견한 보호막의 위치는 바깥쪽 벨트의 안쪽 끝부분이었다. 가장 빠르고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대부분의 유해 전자들이 이곳에 생성된 보호막을 뚫지 못하는 현상을 연구진은 지속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지에 대해서 연구진은 아직 확실한 답변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가장 가능성이 높은 가설은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전자들이 지구 자기장이나 지구에서 발생하는 라디오파에 걸려 차단된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의 공동 책임자이자 나사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연구원이기도 한 슈리 카네칼(Shri Kanekal) 실장은 “이러한 이론만으로는 갑자기 뭔가에 부딪힌 것 같은 현상을 보이는 전자들의 움직임은 설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가설로는 지구 대기권의 최상층이자 차갑고, 충전이 된 입자들로 가득 차 있는 플라즈마권(plasmasphere)과 초고속으로 날아다니는 유해 전자와의 상호작용에 의한 분산 작용 때문이라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보호막의 원리로 추정되는 자기장과 플라즈마권의 상상도 ⓒ NASA

보호막의 원리로 추정되는 자기장과 플라즈마권의 상상도 ⓒ NASA

플라즈마는 이온과 전자가 분리된 상태로 우주에서는 매우 흔한 형태의 물질이다. 이 플라즈마권은 지구 반지름의 몇 배에 달하는 넓은 범위에 퍼져 있으며, 태양풍과 상호 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데 연구진은 이 플라즈마권의 외부 경계에 있는 입자들이 밴앨런대에 있는 입자들을 분산시킴으로써 벨트에서 입자들을 제거하는 현상을 포착했다. 다만 입자를 분산시키는 이 효과는 상당히 약했으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경계지역의 전자들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이 움직임은 매우 느리고 약하기 때문에 플라즈마권의 외부경계에 있는 입자들이 촉발한 분산작용으로도 충분히 소멸될 수 있었다. 연구진은 바로 이 같은 분산작용에 의해 지구의 생물들이 강력한 유해 전자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베이커 교수는 “보호막의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존재가 자기장이나 플라스마권 뿐만은 아닐 것”이라고 추측하면서 “앞으로 유해 전자와 보호막이 만나는 접점을 매우 세밀하게 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밴앨런대 관측위성의 탁월한 장비를 이용하여 이런 순간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것”이라고 말하며 “상상조차 하기 싫지만 만약 태양이 ‘코로나 물질 방출 현상(CME, coronal mass ejection)’을 통하여 지구의 자기권이나 플라스마권을 타격한다면, 지구의 보호막은 한 순간에 뚫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베이커 교수와 연구진은 두 대의 관측위성에서 입수한 자료를 근거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진은 특히 지구가 외부로부터의 공격을 막기 위해 스스로 보호막을 통해 자신을 돌보는 현상에 재밌어 하면서, 보호막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원리 규명이 앞으로 우주 탐사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사 원문은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http://www.sciencetimes.co.kr/?news=%EC%A7%80%EA%B5%AC%EC%9D%98-%EC%83%9D%EB%AA%85%EC%9D%84-%EC%A7%80%ED%82%A4%EB%8A%94-%ED%88%AC%EB%AA%85-%EB%B3%B4%ED%98%B8%EB%A7%89&s=%ED%88%AC%EB%AA%85%20%EB%B3%B4%ED%98%B8%EB%A7%89